해저물녘 강변에서
지는 해를 배웅해 본 적이 있나요?
하루라는 이름의 인생을 어깨에 지고
묵묵히 산 너머로 이마를 숙이는
석양을 바라본 적이 있으신가요?
잔잔히 흐르는 강물도 잠시 숨을 죽이고
발그레하게 물든 하늘도 옷매무시를 가다듬으며
나무와 풀잎들도 다소곳하게 향내를 단속하는
그 경건한 순간의 적막한 아름다움과
마주서 본 적이 있으신가요?
잠시도 머무르지 않는 바람결조차
머뭇머뭇 제자리걸음을 하는 그 순간
세상 모든 것들이 너그러운 눈빛으로
지는 해를 배웅하며 겸손해지는 바로 그 순간
조심스럽게 일렁이는 저녁 향기와
홀로 마주서 본 적이 있으신가요?
눈앞에서 사라진다고 해서
아주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는
지는 해의 속삭임을 들어본 적이 있나요?
내일이면 또다시 붉게 떠오를 거라고,
오늘이 축복이듯이 내일도 축복이라고
그리하여, 언제 어디서나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아름다운 축복을 남기고 가는 거라며
해 진 자리에 비죽 고개 내미는
초저녁별의 소곤거림과
강변에서 호올로 마주한 적이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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