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송보송하다는 말을
입안에서 가만히 중얼거리다 보면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번집니다.
온 몸과 마음이 해맑아지고
손가락 끝까지도 보송보송해지는 것 같아서
기분이 가볍고 개운해집니다.
가을볕 받으며 느릿하게 휘늘어진 빨랫줄에
바람과 함께 눈웃음 날리고 있는 하얀 빨래자락
맑은 물방울이 똑똑 떨어져 흐르는
새하얀 빨래의 옷소매 끝에서
햇살이 바람개비처럼 손을 흔들어댑니다.
다 맡기라고
근심 걱정 모두 모아
아낌없이 맡기고 하하 웃으라고
햇살이 정겹게 말을 건네고 있습니다.
바작바작 온몸을 말리고
알뜰알뜰 마음까지 펴 말려서
나른해지고 평안해지고 평온해지라고
햇살이 환한 미소를 보냅니다.
다 맡겨 볼까요? 살며시 눈을 감고
송두리째 마음을 맡겨 봅니다.
재잘대듯이 눈꺼풀을 간질이는 햇살에게
있는 그대로의 나를 맡깁니다. 모든 것을
그냥 내맡겨도 괜찮고, 그냥 이대로
빨래자락이 되어 팔락거려도 좋을 것 같은
투명한 가을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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