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생각이나 고집은 아예 없다는 듯이 바람이 부는 대로 잘랑잘랑 흔들리며 맑고 투명한 소리를 내는 풍경 하나가 우리 집에도 있습니다. 도자기 풍경의 얼굴에는 '처음처럼'이라는 순박한 글씨가 새겨져 있는데요. 그걸 보며 눈으로 어루만질 때마다 그래, 처음처럼...이라고 생각하며 혼자 웃곤 합니다. 풍경 소리를 좋아하는 어느 지인이 맑음을 선물하듯이 건넨 풍경인데요. 도자리라 혹 깨어질까 겁이 나서 바람이 들어오는 창문을 살짝 비켜 거실 한쪽에 매달아 두었습니다. 바람이 우르르 밀려 들어와도 살짝 흔들리기만 할 뿐이어서 종소리가 듣고 싶으면 일부러 손으로 건드리곤 했는데요. 풍경을 선물한 지인이 먼 나라로 잠시 여행을 떠난 어느 날 저녁 들리듯 마는 듯 영롱한 풍경 소리가 내 어깨를 흔들어대는 순간 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