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세속주의를 공언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머니는 내가 아는 사람들 중 가장 영적으로 각성한 사람이었다. 어머니는 천성적으로 인정과 자애,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한 사람이었고 인생의 대부분을, 때로는 스스로 손해를 보면서까지 그런 마음을 베풀면서 살았다. 2.무엇보다도 어머니는 평생 경이에 찬 눈으로 생을 대했다. 삶 그 자체와 소중하지만 순간적인 삶의 본질에 대한 경외감을 경건함으로 표현해도 좋을 만했다. 어쩌다 그림 한 점을 보거나 시 한 구절을 읽을 때, 음악을 들을 때 곧잘 어머니의 두 눈에 눈물이 가득 고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어머니는 내가 조금 자라자 가끔 나를 한밤중에 깨워 유난히 눈부신 달을 바라보게 하거나 황혼 녘에 함께 산책하면서 두 눈을 감고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소리에 귀를 기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