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한 말, 어느 마을에 순거백이라는 선비가 살았다. 하루는 그가 먼 지방에 사는 친구에게 문병을 갔는데 마침 흉노족이 그 마을에 쳐들어와 온 동네 사람들이 모두 도망치기에 바빳다. 동네는 곧 아수라장이 되었지만 순거백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아픈 친구의 곁을 지켰다. 보다 못한 친구가 그에게 다급히 말했다. "나는 이미 병든 몸이니 지금 죽어도 아까울 게 없네. 하지만 자네는 피신하여 목숨을 보존해야 할 것이 아닌가. 어서 떠나게." 그러자 순거백이 정색을 하며 말했다. "자네 어찌 그런 섭섭한 말을 하는가? 나 혼자 살자고 의리를 저버리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야. 난 여기서 자네와 생사를 함께하겠네." 이윽고 흉노족이 친구의 집에도 들이닥쳤다. 성 안의 모든 사람이 도망친 상황에서 태연하게 있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