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의 봄은 유난히 추웠다. 겨울의 추운 여정을 끝내고 새싹을 틔우기에 여념이 없던 나무들에 따스한 봄빛이 내리쬐고 있었지만 1.8평 남짓한 서대문구치소의 독방은 매우 추웠다. 성경책 이외에는 하루 종일 아무것도 볼 수 없고 누구도 만날 수 없는 좁은 공간에서 스며 나오는 한기와 외로움이 나를 더욱 오싹하게 만들었다. 가슴에서 끓어오르는 분노가 그 스산함을 중화시켜 줄 뿐이었다. 재판을 받으러 다니는 육군본부에서 사람들을 만나는 게 유일한 낙인 시절이었다. 두 달 정도 지났을 때 일반 죄수들과 합방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긴급조치 위반이라는 중죄인임을 표시하는 노란 표찰을 가슴에 달고 방안으로 들어서는 나를 바라보는 20여 명의 눈동자. 독재에 맞서 당당히 유인물을 만들어 뿌리던 나도 잔뜩 얼어 방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