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학자인 조셉 캠벨에 의하면 인간의 가장 큰 복이란 '일생을 걸 만한 일을 알아보고, 그 일을 향해 매진하는 것'이란다. 운 좋게도 나는 그 천복을 우연히 만났다. 그러나 그것을 내것으로 만들기까지 꽤 많은 관문을 통과해야만 했다. 천복인 연극과의 만남은 대학교 시절 이루어졌다. 서울로 유학 온 열아홉 살짜리 시골 아가씨는 최루탄 자욱한 대학 생활에 적응하지 못했다. 대자보에 쓰인 글귀는 험했고, 거리 풍경은 낯설었으며, 서울말은 깍쟁이처럼 들렸다. 인간을 공부하러 들어간 교육심리학과에서는 심리 대신 교육학만 가르쳐 머리에 쥐가 날 지경이었다. 그리하여 학교를 자퇴할 것인가 견딜 것인가를 고민하던 차, 모험심보다는 게으른 천성에 기대어 견디기로 결정했고, 놀 궁리나 하자며 덜컥 연극반에 가입했다. 연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