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레꽃 향기를 그대에게
고개를 돌리기만 해도 꽃들이 손 내밀며 반기던 봄날이 초여름 신록에게 살며시 자리를 물려주고 있습니다. 봄꽃들이 봄비에 흩날려 떨어지기를 기다려 아파트 담장에서는 붉디붉은 줄장미가 피어나고 그 사이에 새하얀 찔레꽃도 살며시 고개를 내밀고 있습니다. 붉은 장미에게서는 붉디붉은 열정의 향기가 새하얀 찔레꽃에게서는 순백의 향내가 안겨듭니다. 이맘때쯤이면, 도시에서 자랐으나 외곽에 있는 학교를 다닌 덕분에 밀의 낟알을 손바닥으로 싹싹 비벼서 후 불어 껌을 씹듯이 씹던 새파란 기억이 나에게도 있습니다. 그러나 배고플 때 먹으면 아삭아삭하고 달콤하다는, 연하디연한 찔레순 속살의 맛을 나는 알지 못합니다. 어디선가 풍겨오는 아카시아 향내와 손에 잡힐 듯 다가서는 찔레꽃 향기가 내 마음을 사로잡는 오월의 한낮 나른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