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앞에 서면 난 사랑이 두렵다. 사랑이 한 걸음 다가서면 와락 겁이 나서 한 걸음 뒤로 물러서곤 한다. 사랑이 돌아설 땐 난 사랑이 아프다. 돌아서는 뒷모습이 아프고 쓰라려서 차마 그 뒷모습을 바라보지 못한다. 우리들 사랑에도 매서운 찬바람 불고 겨울눈이 차르륵 소리를 내며 너와 나 사이로 쌓이고 또 쌓인다. 새하얀 눈보라 되어 문득 너에게 다가서고 싶은 겨울날 어제 내게서 돌아서던 네 뒷모습이 눈에 밟히고 나에게서 멀어지던 네 발자국이 내 맘에 밟히는 소복소복 눈 내리는 새하얀 겨울날 나부끼며 쏟아지는 눈송이에게 묻는다. 너는 지금 어디쯤 가고 있는지 내 맘에서 아주 멀리 달아난 건 아닌지 다시 돌아올 수 있을 만큼만 가 있는지 하얀 눈꽃을 가득 어깨에 매달고 지금 나에게 돌아올 수는 없는지 사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