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존경할 만한 부자가 없다고 푸념하지만, 사실은 존경할 만한 부자가 없는 게 아니라 존경할 만한 부자를 기억하지 못할 뿐이다. 일하는 사람이 잘사는 사회를 꿈꾸며 구십 평생을 헌신한 이종만도 그중 한 분이다. 1885년 울산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난 그의 삶은 실패의 연속이었다. 러일전쟁이 발발한 1904년, 약관의 나이에 지혈제 옥도정기(沃度丁幾. 요오드팅크)의 원료로 사용되는 미역을 매점했다가 조기에 종전되는 바람에 첫 실패를 맛본 이후, 어업, 임업, 광업 등 갖가지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손대는 일마다 족족 실패했다. 1937년 쉰세 살의 나이로 '금광왕'에 등극할 때까지 이종만은 33년간 무려 스물 일곱 번이나 실패를 맛보았다. 그는 조선에서 가장 큰 광업 회사인 '대동광업 주식회사'를 설립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