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고 노란 가을이 짧은 줄은 알았지만 그렇게 사라질 줄은 몰랐어요. 은행잎 휘날리고, 억새꽃 흩날리더니 안녕이라고 말할 사이도 없이 저만치 달아나 버리고 없네요. 가을의 뒷모습이라도 다시 보면서 손이라도 한번 흔들어보려고 애써 발돋움을 해 보지만 이제 더는 보이지 않아요. 지난 가을처럼 사라지는 모든 것들이 꿈인 듯 야속하고 또 안쓰럽지만 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인지도 몰라요. 영원히 곁에 함께 할 것만 같았던 사랑하는 사람들도, 손 마주잡고 다정히 흘러갈 것만 같은 시간도 결국은 처음 온 자리로 돌아가는 것인가 봐요. 꽃 같은 첫눈을 안고 겨울비에 젖어 온 하얀 이 계절도 언젠가는 제자리로 돌아가겠지요. 나에게로 온 모든 것들이 언젠가는 내 곁을 떠나 제자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