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복 2

축복합니다

남에게 하는 말이 마음을 아프게 하는 막말이라면 내게 돌아오는 말은 어떤 말일까요? 산울림이 있습니다. 메아리라고 하는데 이것은 주는 대로 돌려주는 습성이 있습니다. 산 정상에 먼저 올라가서 씩씩거리는 아이의 모습을 아버지가 봅니다. 왜 그러느냐고 물으니까 아이는 누군가 자기에게 욕을 한다고 말합니다. 사방을 둘러봐도 정상에는 아버지와 아들밖에 없는데 이상하여 어디에서 들렸느냐고 물었더니 반대쪽 산에서 들렸다고 합니다. 자초지종을 들어 보니, 산에 먼저 올라가서는 큰 소리로 "야 바보야."라고 외쳤다는 것입니다. 그랬더니 저쪽에서 누군가 "야 바보야." 하고 그래서 "나쁜 놈" 했더니 "나쁜 놈" 하더라는 것입니다. 아버지는 아이에게 "사랑해" 를 외쳐 보라고 했습니다. 조금 망설이던 아이는 "사랑해" ..

Diary/Diary 2008.07.23

해저물녘 강변에서

해저물녘 강변에서 지는 해를 배웅해 본 적이 있나요? 하루라는 이름의 인생을 어깨에 지고 묵묵히 산 너머로 이마를 숙이는 석양을 바라본 적이 있으신가요? 잔잔히 흐르는 강물도 잠시 숨을 죽이고 발그레하게 물든 하늘도 옷매무시를 가다듬으며 나무와 풀잎들도 다소곳하게 향내를 단속하는 그 경건한 순간의 적막한 아름다움과 마주서 본 적이 있으신가요? 잠시도 머무르지 않는 바람결조차 머뭇머뭇 제자리걸음을 하는 그 순간 세상 모든 것들이 너그러운 눈빛으로 지는 해를 배웅하며 겸손해지는 바로 그 순간 조심스럽게 일렁이는 저녁 향기와 홀로 마주서 본 적이 있으신가요? 눈앞에서 사라진다고 해서 아주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는 지는 해의 속삭임을 들어본 적이 있나요? 내일이면 또다시 붉게 떠오를 거라고, 오늘이 축복이듯이 내..

Diary/Diary 2007.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