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 3

너에게 주지 못한 것

......문득 생각이 났어. 너에게 줄 게 있었는데 그걸 주지 못했어. 나중에 더 많이 줄 수 있을 거라고 느긋하게 생각했거든. 그런데 넌 기다려주지 않더라. 흐르는 물처럼, 날아가는 시간처럼 너도 그렇게 내 곁을 스쳐 지나가더라. 너에게 주려고 손을 내밀었을 때 넌 내 곁에 머물러 있지 않았어. 넌 이미 저만치 멀어져 내 손으로는 붙잡을 수 없었지. 네 이름을 외쳐 불러봤지만 너는 돌아보지 않더라. 내 소리가 작았던 것일까. 내 소리가 닿기에는 우리가 너무 많이 멀어져 버린 것일까. 너에게 주려던 것들이 참 많았어. 나중에 더 많이 주려고 아껴둔 것들이 너무 많았는데 그땐 몰랐거든. 나누어줄 무언가를 내가 이미 갖고 있다는 걸 몰랐어. 가진 게 더 많아져서 비로소 나누려고 손 내밀 땐 이미 늦는다는 ..

Diary/Diary 2008.04.23

끝내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지 못한 사람이 있는지 기억해 보자

지금은 잊혀진 희미한 기억이지만 끝내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지 못하고 이제는 멀어져 버린 그 누군가가 당신에게도 있겠지요. 그때는 쉽게 잠들지 못하고 가슴 한쪽에서 소용돌이 치고 있는 말들이 이제는 대못처럼 박혀 녹슬어 갑니다. 돈을 빌린 것만 빚이 아니다. 갚아야 할 마음의 부채 이제는 그가 아닌 그 누구에겐가 라도 갚아보면 어떨까.

Diary/Diary 2007.12.03

그래도 미안하다

미안해요. 세상의 모든 이름 없는 사물들에게 세상의 모든 이름 모를 사람들에게 오늘은 문득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그래도 미안하다'고 웃으며 속삭이고 싶어요. 정말 미안해요. 무심히 지나치다가, 습관처럼 건너뛰고 아무런 생각 없이 고개 들려 외면하던 철없고 어설픈 지난 시간들이 진한 미안함으로 밀려오네요. 먼저 손을 내밀 수 있었는데 이름이 무어냐고 물어볼 수도 있었는데 소리 없는 미소라도 건넬 수 있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어요. 내 어깨에 얹힌 인생의 무게가 버거워서 머뭇머뭇 망설이며 손잡지 못했어요. 용서해 줄래요? 지금이라도 이렇게 손 내밀면 손잡아 줄래요? 이름을 물으면 대답해 줄래요? 이름을 부르면 다정히 웃어 줄래요? 그래도 한없이 미안해지는 내 마음을 받아 줄래요?

Diary/Diary 2007.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