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13

바람처럼 지나갈 거야

바람처럼 지나갈 거야. 견디려고 애쓰지 마. 애써 견딘다고 모든 것이 그냥 지나가지는 않아. 버티려고 안간힘을 쓰지도 마. 안간힘을 쓰며 버틴다고 해서 어깨의 짐이 가벼워지는 것도 아니야. 다 지나갈 거야. 바람처럼 지나갈 거야. 사랑도 지나가고 이별도 지나가고 우리들 인생이 바람처럼 스쳐 지나가지만 세상 그 어떤 모진 바람도 희망을 믿고 기다리는 내 곁으로 희망이 오는 것을 막지는 못할 거야. 희망은 그냥 오는 게 아니라 희망을 사랑하고 진정으로 희망을 믿는 사람에게만 와 주는 거니까.

Diary/Diary 2008.08.22

바람이 될래

난 말이야, 바람이 되고 싶어. 한 줄기 바람이 되어 이리저리 맘껏 쏘다니고 싶어. 바람이 될래. 한 줄기 바람이 되어 하늘 높이높이 날아오르다가 높다란 하늘 어디쯤에 살며시 숨어 있을 내 삶의 무지개를 만나고 싶어. 바람이 될 수 없다면 차라리 먼지가 될래. 먼지가 되어 이리저리 날아다니고 싶어. 민들레 홀씨처럼 마구 쏘다니다가 땅바닥에 살며시 내려앉을래. 나를 내려놓고, 내 삶의 무거움을 내려놓고 잠시라도 나를 잊을 수 있다면 참 좋겠어. 고단한 인생의 모퉁이 그 어디쯤에 꽃씨처럼 숨어 있을 내 삶의 고운 무지개를 만나고 싶어. 바람이 되고, 그리고 먼지가 될 수 있다면...

Diary/Diary 2008.07.18

아름다운 당신께 길을 묻습니다

잠시만 발걸음을 멈추고 기다려주실래요? 당신께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아주 잠깐이면 됩니다. 고개를 돌려 눈을 마주치고 상냥하게 귀를 기울여주시면 더 좋겠습니다. 당신께 길을 묻습니다. 그리울 때 가는 길은 어느 쪽인가요? 아름다운 당신께 길을 묻습니다. 외로울 때 가는 길은 어느 길인가요? 당신께 길을 묻습니다. 홀로 있고 싶은 때 가는 길은 어느 방향인가요? 내 자신과 단둘이 만나고 싶을 때 가야하는 길은 어느 길인가요? 당신께 길을 묻습니다. 꽃향기 따라 바람이 부는 날은 어느 길로 가는 게 좋을까요? 후두둑 소리를 내며 봄비가 오는 날은 누구와 함께 가면 좋을까요? 아름다운 당신께 길을 묻습니다. 연둣빛 봄이 소리도 없이 마구마구 피어나는 오늘 봄마중 가는 길은 어디인가요?

Diary/Diary 2008.03.27

아름다운 당신께 전하는 풍경 소리

자신의 생각이나 고집은 아예 없다는 듯이 바람이 부는 대로 잘랑잘랑 흔들리며 맑고 투명한 소리를 내는 풍경 하나가 우리 집에도 있습니다. 도자기 풍경의 얼굴에는 '처음처럼'이라는 순박한 글씨가 새겨져 있는데요. 그걸 보며 눈으로 어루만질 때마다 그래, 처음처럼...이라고 생각하며 혼자 웃곤 합니다. 풍경 소리를 좋아하는 어느 지인이 맑음을 선물하듯이 건넨 풍경인데요. 도자리라 혹 깨어질까 겁이 나서 바람이 들어오는 창문을 살짝 비켜 거실 한쪽에 매달아 두었습니다. 바람이 우르르 밀려 들어와도 살짝 흔들리기만 할 뿐이어서 종소리가 듣고 싶으면 일부러 손으로 건드리곤 했는데요. 풍경을 선물한 지인이 먼 나라로 잠시 여행을 떠난 어느 날 저녁 들리듯 마는 듯 영롱한 풍경 소리가 내 어깨를 흔들어대는 순간 그이..

Diary/Diary 2007.11.27

바람 부는 거리에 서 보라

찬바람 부는 만추의 거리에 서 보라. 가을은 떠나지 못하는 자들을 위로하는 바람의 계절이다. 멀리 가지 않아도 그냥 낯익은 네거리에 우두커니 서 있기만 해도 바람이 불어와 옷깃을 풀어헤치고 마음을 훨훨 날아가게 한다. 휑하니 바람이 불어대는 만추의 거리에 호올로 나서보라. 가을은 바람처럼 떠돌고 싶어도 제자리에 머물러야 하는 이들을 위해 대신 떠나는 비움의 계절이다. 여름내 진초록으로 단단히 무장했던 잎사귀들이 하나둘 작별의 인사 팔랑이며 떠난다. 떠나기 위해 그들은 비로소 빨갛고 노란 속마음을 드러낸다. 바람 부는 만추의 거리에 서면 누구나 바람이 될 수 있다. 누구나 가을이 될 수 있다. 누구나 하나의 낙엽이 되어 빈 손짓으로 훨훨 떠날 수 있다. 누구나 맘껏 자유로울 수 있다.

Diary/Diary 2007.11.16

아름다운 당신과 함께 강물처럼 유유히

강가의 나무들은 강물 따라 흐르고 싶은가 봐요. 자꾸만 손 내밀어 바람을 잡으려고 흔들거려요. 바람과 함께 강물 따라 흐르고 싶은 나무들의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우수수 바람 소리가 나거든요. 강가의 불빛들은 강물 따라 깊어지고 싶은가 봐요. 어둠이 짙어질수록 불빛들의 그림자도 깊숙해지거든요. 물결이 흔들릴 때마다 불빛들도 함께 흔들리면서 자꾸만 깊어지고 또 깊어지거든요. 강가의 연인들은 유유히 흐르는 강물에 마음을 빼앗기고 싶지 않은가 봐요. 강물이 흘러가듯이 사랑도 흘러가고 마음도 따라 흘러갈까 두려워 서로의 손을 꼬욱 잡고 걸어요. 강가의 나무들이 바람 따라 흔들리고 강가의 불빛들이 어둠처럼 깊숙해질 때 강가의 연인들은 다정히 손을 잡고 마음을 기대며 강물 따라 유유히 흐르고 또 흘러가고 있어요.

Diary/Diary 2007.08.28

나이만큼 그리움이 온다

그리움에도 나이가 있답니다. 그리움도 꼬박꼬박 나이를 먹거든요. 그래서 우리들 마음 안에는 나이만큼 켜켜이 그리움이 쌓여 있어요. 그리움은 나이만큼 오는 거예요. 후두둑 떨어지는 빗방울에도 산들거리며 다가서는 바람의 노래 속에도 애뜻한 그리움이 스며있어요. 내 사랑하는 이는 내가 그리도 간절히 사랑했던 그 사람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그 사람도 나를 이만큼 그리워하고 있을까요? 내가 그리움의 나이를 먹은 만큼 그 사람도 그리움의 나이테를 동글동글 끌어안고 있겠지요. 조심스레 한 걸음 다가서며 그 사람에게 묻고 싶어요. '당신도 지금 내가 그리운가요?' 스쳐가는 바람의 소맷자락에 내 소식을 전합니다. '나는 잘 있어요. 이렇게 당신을 그리워하며...'

Diary/Diary 2007.07.13

바람 따라 흐르다

유채꽃이 노랗게 바람 따라 흐르고 있습니다. 꽃도 바람 따라 흐르다 보면 고운 물결이 됩니다. 노란 꽃물결이 찰랑거리는 소리를 내는 것만 같습니다. 노란 꽃물결 따라 우리 인생도 흘러갑니다. 아스라한 봄날도 흐르고 우리 인생의 봄날도 함께 흘러갑니다. 물 같은 사람이 되고 물 같은 사랑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습니다. 그 철없는 고운 시절들도 흐르는 세월 따라 흐르고 또 흘러서 지금 이 자리에, 꽃잎 하나와도 같은 나를 살며시 떨구어 놓았습니다. 맑은 물이 되고 싶었던 건 고집 부리고 싶지 않아서였습니다. 바람 따라 흐르고 싶어진 것은 삶의 기나긴 여정에 꺾이고 싶지 않은 까닭입니다. 유채꽃이 하염없이 바람에 흔들리듯이 그러나 바람에 꺾이지는 않는 것처럼...

Diary/Diary 2007.04.30

아름다운 당신께...그냥 두기로 해요

To...아름다운 당신께 '저마다의 길을 가는 거예요' 살랑대는 바람에 꽃잎이 떨어지는 것이 꼭 내 마음의 비늘들이 떨어지는 것만 같아서 나도 모르게 저절로 손이 갑니다. 바람에 흩날리다가 비에 젖어 떨어지는 꽃잎들을 한 잎 한 잎 주워 담고 있는 나를 봅니다. 아니야, 이건 아니야. 고개 내저으며,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던 꽃잎들을 바람에 날려 보냅니다. 왔다가 가는 모든 것들이 생명이 있는 것이든 없는 것이든 다가왔다 사라져가는 모든 것들이 다 제 갈 길을 가고 있는 것을...요. 그래요, 그냥 두기로 해요. 맞아요, 그냥 두어야 해요. 오고 가는 모든 것들의 저마다의 길을 방해해서는 안 돼요. 올 땐 오라 하고, 갈 때 가라 하고 손 내밀어 맞이했다가 손 흔들며 보내야 해요. 안타까워 머뭇거리거나, ..

Diary/Diary 2007.04.24

봄이 슬픈 어른이 되어 버렸다

벚꽃비가 쏟아지는 길을 걸으며 힘겨운 삶의 한복판에 서 있는 친구를 생각합니다. 벚꽃비 맞으며 함께 나풀대던 철없는 어린 시절에는 해마다 오는 봄이 새롭고 즐겁고 기쁘고 행복하기만 했습니다. 하나둘 나이를 먹어가다 보면 봄이 슬프다는 것을 배우게 됩니다. 봄이 와서 슬프고 창밖에 봄이 흐르고 있어서 서럽고 봄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아릿하게 아픈 순간들이 있습니다. 어느새 봄이 슬픈 어른이 되어 버렸지만 그래도 꽃처럼 다시 피어나야 합니다. 눈부신 사월의 꽃들처럼 피었다가 바람에 흩어지는 꽃비가 되더라도 새롭고 힘차게 피어나야 해요. 개나리 노란 손짓에도 봄이 안타깝고 똑똑 떨어지는 목련꽃잎이 마음 저리게 아프더라도 저마다 눈부신 사월의 꽃이 되어야 해요. 2007/03/19 - [자료 활용/좋은 생각]..

Diary/Diary 2007.04.13